내가 근무했던 대학은 후문 쪽으로 작은 길 하나를 두고 법원 건물과 나란히 있었다. 사람들은 여기를 ‘법원 골목’이라 불렀다. 재판 날 오후 무렵, 여기를 지나면 길모퉁이 곳곳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는 장면을 본다. 패소 판결 선고를 받은 사람이 소송 상대의 차를 가로막고 말싸움을 벌인다. 선고는 났지만, 그냥 물러서기가 억울하여 법정 밖에서라도 한 판 붙을 기세이다. 패소자가 변호사와 얼굴을 붉히는 장면도 목도된다. 말없이 길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처박는 사람은 유죄로 법정 구속 선고를 받은 피의자의 가족이다. 선고를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, 인생행로를 달리 구축(re-setting)해야 한다. 선고 듣기의 생애적 괴로움이 여기에 있다. ...